영광군 중학생 선행, 교육지원청은 ‘깜깜 무대응’ 치매 아내 치료비 지킨 옥당중 학생 선행, 교육청은 끝내 몰랐다 지역민 “정직은 학생이 지켰고, 부끄러움은 교육청 몫” 정영자 기자 cym1771@naver.com

2025년 09월 01일(월) 14:53

영광교육지원청 전경 /사진:영광교육지원청 제공

[데일리전남] 영광군 옥당중학교 2학년 김승현(15) 군이 길에서 주운 현금 160만 원을 경찰에 신고해 주인에게 무사히 돌아가게 한 일이 지역 사회를 울렸다. 이 돈은 치매와 폐렴으로 투병 중인 아내의 한 달 치료비였다. 그러나 정작 영광교육지원청은 이 사실조차 몰랐고, 학생을 격려하는 공식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직을 실천한 청소년 한 명과 이를 외면한 교육 행정의 태도가 극명히 대비되고 있다.

돈 봉투에서 시작된 기적

지난 8월 4일 오후, 김 군은 영광읍 한 건물 인근에서 현금 160만 원이 담긴 봉투를 발견했다. 호기심은 잠시, 그는 곧장 지구대로 달려가 경찰에 신고했다. “견물생심이라고 하지만 남의 돈에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경찰은 분실 신고를 접수하고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사건은 지역 언론 ‘어바웃영광’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기사를 접한 묘량면의 한 할아버지가 경찰서를 찾아 “그 돈이 내 것이다”고 주장했고, 통장 인출 내역 등 증빙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알고 보니 이 돈은 병상에 누운 아내의 치료비였다. 할아버지는 돈을 잃어버린 뒤 며칠간 잠조차 이루지 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손가락이 일부 없는 데다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아 큰 충격을 받았던 분”이라며 “기사를 보고 용기를 내 경찰서를 찾았다”고 말했다.

정직은 빛났는데, 교육은 어디에 있었나

김 군은 경찰서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정작 교육청은 학생의 선행을 전혀 알지 못했고, 어떠한 격려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역민과 학부모의 반응은 싸늘했다.
• “교육청은 시험 성적에만 집착하고 정작 이런 본보기를 외면한다.”
• “아이들이 배워야 할 건 점수가 아니라 정직과 양심이다. 교육청이 모르고 있다는 게 충격”
• “교육 행정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시험 하나 틀리면 학교와 교육청이 바로 움직이는데, 이런 큰 교육적 사례에는 무반응이다. 교육이 무엇인지 근본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공동체는 기억한다

반면 지역사회는 김 군의 행동을 뜨겁게 환영했다. 주민들은 “요즘 같은 세상에 쉽지 않은 결단”, “옥당중학교 학생이 지역의 자랑”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군의 어머니는 “돈을 되찾은 어르신이 용돈을 주고 싶다고 했지만, 저희는 돈이 무사히 주인에게 돌아간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다. 정직이라는 기본 가치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한 동시에, 교육 행정이 얼마나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지 드러낸 사건이다.

교육청의 침묵이 남긴 것

교육청은 왜 이 사실을 몰랐을까. 교육지원청은 매일같이 각종 공문과 지시를 내리지만, 정작 지역 학생이 보여준 모범적 행동은 놓쳤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구조적 무관심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역 사회가 이번 일을 오래 기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직을 실천한 중학생의 양심”과 “이를 알아주지 못한 교육청의 무관심”이 맞물리면서, 공동체가 지켜야 할 가치와 행정의 무능이 동시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직은 가르치지 않아도 배운다”

길 위에 놓인 봉투 하나가 욕심이 아닌 양심으로 이어지고, 다시 언론의 기록을 통해 주인에게 돌아갔다. 이번 이야기는 교육청이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정직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다는 역설을 보여줬다.

영광군의 한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 하나가 보여준 선행이 지역 사회 전체를 울렸다. 그러나 교육청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이것이 오늘 우리 교육 행정의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