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교육청 /사진:전남교육청 제공

[데일리전남] 2026년도 전남교육청 예산안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감액 규모와 비율 모두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교육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남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은 전년 대비 4,440억 원, 9.1%가 줄어들었다. 이는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예산 감액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전남교육청은 전국 최악의 예산 감액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그 부담을 학교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겼다”며 예산 구조 전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는 감액의 방향과 구조다. 전체 예산이 9.1% 줄어든 상황에서 전남교육청 본청 예산은 4.5% 감소에 그친 반면, 교육지원청 예산은 28.2%, 학교기본운영비는 22.5%나 삭감됐다. 예산 위기의 부담이 행정이 아닌 학교 현장으로 집중된 셈이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이는 재정 위기를 분담한 것이 아니라 학교의 숨통을 조여 만든 불균형 구조”라며 “교육청은 살아남고 학교는 희생되는 예산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26년 예산안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 것은 학교 예산이 약 20% 가까이 대폭 삭감됐다는 점이다. 이는 곧바로 학생 지원 축소와 교육과정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판단이다.

실제 삭감 내역을 보면 대부분이 선택 사업이 아닌 학교 운영의 최소한을 떠받치는 필수 예산들이다. 교단환경개선사업비는 2026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돼 ‘0원’이 됐고, 현장체험학습 통합지원비, 중·고 신입생 체육복 구입비, 학교스포츠클럽 운영비, 일반고 교육격차 해소 사업 등은 일제히 20%씩 줄었다.

마이스터고 운영비, 학교 생태환경교육, 청소년 노동인권교육도 20% 삭감됐으며, 전남형 미래선도학교 운영비는 무려 30%나 감액됐다. 혁신학교 운영비 축소와 청소용역비 삭감 역시 학교 현장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이러한 감액이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정책적 판단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약 1천억 원 규모의 교단환경개선비를 본청 예산으로 흡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새로운 투자가 아니라, 그동안 학교가 자율적으로 집행해 오던 예산을 중앙으로 끌어올린 구조라는 것이다.

그 결과 학교의 자율성과 교육과정 운영 역량은 크게 위축됐고, 학생들의 배움과 안전, 건강을 직접적으로 지탱하던 예산부터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학생 중심 교육을 말하면서 정작 학생의 일상과 배움을 떠받치는 학교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라며 “예산은 숫자가 아니라 교육의 철학과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남교육청에 대해 △전국 최악의 예산 감액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설명할 것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부담을 전가한 예산 구조를 즉각 재검토할 것 △추경을 포함한 실질적인 보완 편성 계획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학교의 숨통을 조여 만든 예산으로는 전남교육의 미래를 말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교육 현장과 학생의 편에서 문제를 끝까지 제기하고 책임을 묻는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