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헌 영광군의회 의장 /영광군의회 제공

[데일리전남]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영광군의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등급을 받았다. 전남 22개 군의회 가운데 하위권이다. 단년도 성적이 아니라 2년 연속 반복된 결과라는 점에서, 이번 평가는 영광군의회의 현주소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에 대해 김강헌 영광군의회 의장은 공식 입장을 통해 책임을 인정했다.

김강헌 의장은 “영광군의회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청렴도 4등급을 받은 데 대해 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결과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취약한 부분을 면밀히 살피고 제도와 관행 전반을 다시 점검해 반드시 변화하겠다”고 말했다.

의장의 발언은 분명한 책임 인식의 표현이다. 그러나 청렴도 평가는 선언이나 의지보다 결과로 말하는 지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냉정하다. 영광군의회는 지난해와 동일한 등급에 머물렀고, 개선의 궤적은 수치로 확인되지 않았다.

청렴도는 일회성 사건이나 단발성 대응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외부 민원인의 체감, 내부 구성원의 인식, 윤리 규정의 실효성, 의회 운영 전반의 투명성이 장기간 축적돼 나타나는 결과다. 2년 연속 같은 성적표는 노력의 부재라기보다, 변화가 군민에게 체감되지 않았다는 신호에 가깝다.

김 의장이 언급한 “제도와 관행 전반의 점검”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가장 먼저 윤리특별위원회와 내부 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라야 한다. 윤리특위는 지방의회가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 마련한 최후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2년 연속 하위권 평가 앞에서 윤리특위가 실제로 얼마나 열렸는지, 어떤 사안을 다뤘는지, 어떤 조치가 뒤따랐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윤리특위가 실질적으로 작동했다면, 같은 결과가 반복됐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교는 더욱 냉정하다. 같은 전남에서 보성군의회는 1등급을 받았고, 무안·담양·해남 등 다수 군의회는 2등급을 기록했다. 지역 여건이나 제도의 차이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다. 청렴도 격차는 결국 의회를 운영하는 태도와 자기 통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영광군의회가 받은 4등급은 특정 개인이나 단일 사건의 문제가 아니다. 의회 운영 전반에 대한 구조적 경고이며, 군민 신뢰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김강헌 의장의 “반드시 변화하겠다”는 약속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이제 말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으로 증명돼야 한다. 최근 3년간 윤리특위 개최 횟수와 안건, 의원 행동강령 위반 여부와 처리 결과, 청렴도 평가 항목별 자체 분석과 개선 일정은 군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만 반복된다면, 군민의 기억에 남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실망이다. 말은 있었지만 성적은 그대로였다는 평가가 굳어질 수밖에 없다.

청렴도 4등급은 지나간 점수가 아니다. 현재 영광군의회의 신뢰 수준을 보여주는 현재형 평가다. 의장이 책임을 인정한 지금이야말로 영광군의회가 달라질 수 있는 분기점이다.

군민은 더 이상 선언을 기다리지 않는다. 변화가 실제로 시작되는지를, 그리고 의회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