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청 /사진:정철원 기자

[데일리전남] 지방소멸은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현실이다. 전남을 포함한 전국 다수 군 단위 지자체에서 인구 감소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전남 영광군의 인구 변화는 분명한 예외로 나타나고 있다. 영광군은 최근 인구 감소세를 멈추고,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증가 국면으로 전환됐다.

2025년 7월 기준 영광군 주민등록 인구는 53,033명이다. 1년 전보다 1,693명이 늘며 다시 5만3천 명 선을 회복했다. 전남은 물론 전국 군 단위 지자체에서도 이례적인 흐름이다.

이 변화는 단기 반등이나 일회성 전입 효과로 설명하기 어렵다. 숫자보다 주목되는 것은 인구가 움직이기 시작한 방식과 방향이다.

영광군은 인구 문제를 출산율이나 전입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떠나는 구조 자체의 문제로 접근해 왔다. 왜 떠나는지, 무엇이 남게 만드는지를 행정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출산 이후 돌봄 공백, 주거와 일자리의 단절, 교육·의료 접근성 부족이라는 지방의 고질적 문제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장세일 영광군수 취임 이후 군정 전반의 기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인구 문제를 단일 부서 과제가 아니라, 군정 전반에서 다뤄야 할 구조적 의제로 끌어올린 판단이었다.

장세일 군정 이후 인구 정책은 복지 정책의 하위 항목이 아니라, 주거·돌봄·일자리·생활 인프라를 함께 설계하는 군정의 기준점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영광군은 출산 장려금이나 전입 인센티브 경쟁에서 한발 물러섰다. 대신 아이를 낳아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공공 돌봄 체계 강화, 보육 인프라 확충, 의료 접근성 개선은 선택이 아닌 기본값으로 설계됐다. 출산율 반등보다 먼저 나타난 변화는 젊은 세대의 전출 감소였다.

사람이 떠나지 않자 인구 통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광군의 인구 증가는 단순한 전입 통계가 아니다. 주소만 옮긴 인구가 아니라 생활을 옮긴 인구가 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청년 주거 정책과 지역 일자리 연계, 귀농·귀촌 정책은 각각 분리되지 않았다. 주거·소득·교육·돌봄을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하는 방식은, 장세일 군정이 강조해온 정주 중심 행정의 결과다.

지방 인구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돼 온 일자리 문제도 피하지 않았다. 한빛원전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산업 기반 위에 에너지 연관 산업, 신재생, ESS 등 미래 산업을 연결하며 상시 고용이 가능한 구조를 확장했다.

이는 단기 성과를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떠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행정적 선택에 가깝다.

인구가 유지되는 지역의 공통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병원과 돌봄,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일상에서 작동하는가의 문제다.

영광군은 의료·돌봄·생활 SOC를 강화하며 고령층의 이탈을 막는 동시에 가족 단위 정착의 불안을 낮췄다. 백수해안과 칠산타워 등 관광·경관 사업 역시 외부 홍보보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우선한 접근으로 평가된다.

영광 인구 증가의 배경에는 장세일 군수의 행정 리더십 변화가 깔려 있다. 현금성·단발성 정책보다, 사람이 남을 수 있는 구조에 예산과 행정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인구 문제를 이벤트가 아닌 지속 관리해야 할 구조적 과제로 다루고, 국비 확보와 주거·돌봄·일자리로 이어지는 연결 체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다.

성과를 앞세우기보다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행정은, 인구 증가를 ‘성과’가 아닌 ‘결과’로 남겼다.

영광의 인구 증가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방소멸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행정의 선택과 리더십의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수임을 이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데일리전남 편집자 주
이 기사는 성과를 치장하기 위한 홍보물이 아니다.
지방소멸 앞에서 행정이 미봉책(彌縫策)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묻는 분석이다.
영광의 변화는 본말전도(本末顚倒)된 인구정책을 바로 세울 때, 숫자는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