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 불갑테마공원 입구에 쌓인 폐자재와 자재 더미들.‘정비’가 아니라 ‘방치’에 가까운 모습이다.

[데일리전남] “여긴 밤엔 못 다녀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지난 13일, 전남 영광군 불갑저수지 인근 ‘물멍쉼터’에서 만난 30대 관광객 Y씨는 불편을 감추지 않았다. 이곳은 영광군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30억 원을 투입해 조성한 생태관광지다. ‘힐링과 체류형 관광’을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현장은 취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쉼’을 위해 조성했다는 공간은 제대로 된 관리조차 받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 있었다.

어둠에 잠긴 산책로…“쉼터가 아니라 흉물”

불갑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일부 데크가 들떠 있었고, 정자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공사자재로 보이는 잔재들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밤이 되자 산책로는 조명 하나 없이 암흑에 휩싸였다.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야간에는 접근 자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어두운 데서 누가 힐링을 하나요. 오히려 불안하고 무섭기만 해요.” Y씨의 말이다.

물멍쉼터는 낚시꾼 차지…쓰레기 방치 심각

‘물멍쉼터’로 이어지는 길목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강가 곳곳에 음료 캔, 비닐봉지, 낚시 찌꺼기 등 생활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데크 난간은 일부 부서졌고, 바닥 일부는 오염이 진행된 상태였다.

인근 주민 B씨는 “처음엔 관광객도 좀 왔지만, 금세 안 오게 됐다”며 “지금은 낚시꾼들 자리로 바뀌었고, 관리도 안 되니 그냥 흉물이 됐다”고 말했다.

주민 의견은 배제…‘참여 없는 행정’

영광군은 해당 사업에 대해 “SNS 인플루언서 팸투어, 쉼 투어 코스 등으로 홍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나 의견 수렴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군 관계자도 “물멍쉼터에 대한 주민 인지도 관련 자료는 없다”고 시인했다. 예산은 투입됐지만, 사용자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고, 만족도 조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아직도 공사 중인데…‘관광 상품’으로 운영?

더 큰 문제는 미완성 시설이 관광 코스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광군이 홍보하는 ‘영광 쉼 투어’에는 현재도 ‘물멍쉼터’와 ‘불갑테마공원’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는 안내판 하나 없고, 일부 구간은 접근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6년까지 야간조명과 전망대 설치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설명대로라면,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장소를 관광 코스로 운영 중인 셈이다.

관리 인력 12명 있다는데…현장에선 보이지 않아

영광군은 이들 시설 유지관리에 연간 2,22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공공근로 인력 12명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현장에는 청소 흔적이나 점검 이력을 찾기 어려웠다.

‘물멍쉼터’ 입구에는 굳은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낡은 데크 구조물은 아무런 안전 조치 없이 방치돼 있었다.

‘조성은 했지만, 관리하지 않는’ 전형적인 행정

해당 사업은 영광군이 자랑한 대표적인 관광 인프라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 종료 이후 수년간 주민과 관광객의 피드백은 수집되지 않았고, 후속 대응 역시 “정비 예정”이라는 답변으로 일관됐다.

지역 퇴진공무원 L씨는 “지방 관광 인프라 사업이 실제 지역사회에 기여하려면, 조성 이후의 관리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예산만 집행하고 ‘홍보용 사업’으로 끝나버리는 관행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억 원. 주민의 혈세다.
숲길과 저수지, 쉼터는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행정의 손길이 닿은 후, 오히려 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면 책임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

군이 말하는 ‘힐링’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지금처럼 조명 하나 없이 어두운 공간, 쓰레기와 공사 잔재가 방치된 공간은 결코 쉼터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