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4월, 전남 영광군 주민들이 한빛원전 인근에서 열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시행령’ 설명회에 앞서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 설치를 전면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주민들은 “위조 부품, 제작 결함, 안전 무시의 한빛원전은 신뢰할 수 없다”며 임시저장시설 백지화를 촉구했다 . /사진:정철원 기자

[데일리전남] 국민 안전은 외면한 채, 밀실행정을 강행하려던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시행령(안)’ 설명회가 결국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설명회는 지난 2일 전남 영광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과 영광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하며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핵폐기물 관리정책이 얼마나 국민 신뢰를 저버리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빛원전 반경 5㎞ 이내에는 1만 명이 넘는 주민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고작 1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통해 지역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 드러난 한빛원전의 잇따른 부실 정황 — 짝퉁 베어링 사용, 원자로 헤드 제작 결함 등 — 은 핵안전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고준위 핵폐기물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다는 점은,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 현장에서 주민들은 “사고가 터져도 쉬쉬하다가 언론 보도 이후에야 해명하는 식의 원전 운영을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산업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주민과 환경단체가 반발하며 설명회는 결국 무산됐다. 이는 단순한 행사 취소가 아닌, 국가 정책에 대한 주민 신뢰가 붕괴됐다는 심각한 경고 신호다.

특별법은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해 3월 공포된 상태다. 산업부는 8월 11일까지 시행령 제정 관련 주민 설명회를 예정하고 있으나, 정작 설명의 대상인 지역 주민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시행령에는 부지 공모·선정, 인접지역 정의, 위원회 운영 규정 등이 포함되어 있으나, 가장 핵심적인 ‘지역 동의 절차’는 사실상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빛핵발전소대응호남권공동행동 관계자는 “2050년까지 중간 저장시설, 2060년까지 최종 처분시설을 찾지 못하면 결국 한빛원전 임시저장시설이 사실상 영구 처분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금처럼 밀실행정을 반복한다면, 핵폐기물 문제는 미래 세대에게 씻을 수 없는 재앙으로 남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주민 동의 없는 모든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 검증을 거친 투명한 정책 재설계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