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자력본부 전경 /사진:한빛원자력본부 제공

[데일리전남] 2025년 8월 8일 오후 8시 14분, 한빛원전 2호기에서 체적제어탱크 수위 미세 감소 원인을 확인하던 중 유로전환 밸브가 비정상적으로 닫히는 조작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유출수 유로가 차단됐고 CVCS(화학·체적제어) 계통 압력이 상승하면서 밸브 가스켓 부위에서 보조계통수가 누설됐다. 44분 뒤인 오후 8시 58분 유로전환 밸브를 다시 열어 유로를 정상화하자 누설은 즉시 멈췄다.

누설수는 보조건물 바닥 배수구를 통해 내부 집수조(Sump)로 유입돼 전량 회수됐고 외부 환경으로의 유출은 없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한빛원전지역사무소는 이번 사건을 「원자력이용시설의 사고·고장 발생 시 보고·공개 규정」상 보고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호기는 정상 운전 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누설량이 아니라 발생 경위다. 원자로 냉각재의 화학 상태와 체적, 압력을 관리하는 CVCS는 원전 운전 안정성의 심장부다. 인위적 조작 오류로 유로가 닫히고 그 결과 압력 이상과 누설이 결합했다는 사실 자체가 안전 여유도를 갉아먹는다. “단순 노출점검”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운전 절차 준수, 이중 확인 체계, 인터록과 알람 로직이 제때 작동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사건 직후 한수원과 감독기관은 외부 유출이 없었다는 점과 보고대상 아님을 강조했지만, 지역사회가 묻는 질문은 더 구체적이다. 왜 유로전환 밸브가 비정상적으로 닫힐 수 있었는가, 그 조작은 누구의 어떤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가, 당시 경보는 어떻게 울렸고 누구에게 언제 전달됐는가, 조치까지의 44분 동안 압력과 수위, 방사선 지표는 어떤 추이를 보였는가가 밝혀져야 한다.

최근 산업현장에서 반복된 사고를 돌이켜 보면 관리·감독의 공백이 얼마나 큰 위험을 낳는지 확인할 수 있다. 건설현장 사고가 인재로 끝난다 해도 원전은 단 한 번의 방심이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의 연쇄 사고 때 대통령까지 나서 안전 대책을 지시했던 전례는, 책임의 선을 분명히 긋지 못하면 사회적 신뢰가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원전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영광·고창 주민들은 “오늘은 내부 집수조로 회수됐지만 내일은 환경 유출일 수도 있다”며 불안을 호소한다. “보고대상 아님”이 안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상식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 언제, 왜, 얼마나 발생했고 어떤 제염과 측정이 이루어졌는지를 수치와 원자료로 확인하는 일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신뢰 회복은 투명성에서 시작된다. 비정상 조작의 구체 경위와 의사결정 라인, 절차 준수와 교차확인 기록, 인터록·알람 동작 로그를 원자료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와 지역 추천 인사가 참여하는 독립 조사·검증 태스크포스를 꾸려 회의록과 권고안을 공개하고, 훈련 시나리오 보강과 인터록·알람 로직 개선 계획을 일정과 목표치로 제시해야 한다. 제염 결과와 방사선 모니터링 데이터, 중간·최종 조사 보고서도 정례 공개가 필요하다. 주민 설명회를 정기화해 질의응답과 이행률을 기록으로 남기는 상시 소통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운영 측은 8월 11일 누설 지역 제염을 실시하고, 비정상 조작이 발생한 유로전환 밸브의 건전성을 확인하며, 체적제어탱크 수위 미세 감소의 원인을 규명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외부 유출 없음”이라는 결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원전 안전의 기본은 투명성, 책임성, 재발방지의 실효성이다. 한빛원전은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사건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관리·감독의 미흡과 책임 공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다음 헤드라인은 ‘예고된 참사’가 될 수 있다.